“감정은 데이터입니다. 명령이 아닙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가 2017년 11월 TEDWomen 무대에 올라 던진 문장입니다. 「감정이라는 선물, 그리고 감정적 용기의 힘(The gift and power of emotional courage)」이라는 제목의 이 강연은 지금까지 1,100만 명 넘게 시청했습니다. 그가 여러 차례 공유해 온 조사 결과 하나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7만 명이 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세 명 중 한 명이 슬픔이나 분노나 심지어 비탄 같은 이른바 ‘나쁜 감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심판하거나 그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직장은 이 비율을 낮춰 주는 곳이 아니라 대체로 높이는 곳입니다. 이 글은 데이비드의 감정 민첩성(emotional agility) 개념을 HR 실무의 언어로 옮기고, 조직에서 곧바로 시도할 수 있는 세 가지 실천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자기 감정을 심판한다
데이비드는 7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가 직접 쓴 글에서 결과를 이렇게 옮깁니다. “최근 7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진행한 조사에서, 우리 중 3분의 1이, 3분의 1이나 되는 사람이 슬픔이나 분노나 심지어 비탄 같은 이른바 나쁜 감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심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슬픔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슬픔을 느낀 자신을 문제라고 판단하는 이차적 반응이 문제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데이비드는 우리가 사는 문화가 긍정을 지나치게 떠받든다고 지적합니다. 힘든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말은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좋은 면을 봐라, 그래도 너보다 힘든 사람이 있다는 식입니다. 선의로 하는 말이지만 효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는 이것을 강한 표현으로 부릅니다.
“그것은 폭정입니다. 긍정의 폭정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잔인하고, 불친절하고, 효과가 없습니다.”
Susan David (2018), 「The Tyranny of Relentless Positivity」, Mindful
조직에서 이 폭정은 제도의 얼굴을 하고 나타납니다. 매달 돌리는 펄스 서베이가 ‘몰입도’와 ‘행복도’만 묻는 경우, 타운홀에서 ‘긍정 에너지’를 강조하는 경우, 리더십 교육이 회복탄력성을 ‘빨리 털고 일어나는 능력’으로만 가르치는 경우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힘들다는 신호가 조직 안에서 말해질 자리를 잃으면, 그 신호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측정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대개는 퇴직 면담에서, 그것도 이미 늦은 시점에 처음 드러납니다.
데이비드가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으로 이 대목을 정리합니다. “죽은 사람만이 원치 않는 감정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그는 이것을 죽은 사람의 목표(dead people goals)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화가 나지 않는 것, 불안해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는 순간, 살아 있는 사람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과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눌러 담기와 되새김질, 정반대처럼 보이는 같은 실패
데이비드는 사람들이 힘든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눌러 담기(bottling)입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옆으로 치워 두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방식입니다. 대개 선한 의도에서 나옵니다. 회의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팀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서, 프로답게 보이고 싶어서 그렇게 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납니다. 데이비드는 눌러 담기가 낮은 웰빙 수준, 더 잦은 소진, 그리고 더 자주 벽에 부딪히는 상태와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하나는 되새김질(brooding)입니다. 감정 안에 갇혀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내가 왜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계속 곱씹는 방식입니다. 겉보기에는 눌러 담기와 정반대입니다. 한쪽은 말하지 않고 다른 쪽은 계속 말합니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둘의 공통점을 짚습니다. 눌러 담기든 되새김질이든 거짓 긍정이든, 한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전부 경직된 반응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못 박습니다.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는 통념적 관점 자체가 경직돼 있으며, 복잡성 앞에서 경직성은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HR 담당자에게 이 문장은 실무적으로 읽힙니다. 우리가 설계하는 많은 제도가 감정을 두 칸짜리 서랍에 넣도록 요구합니다. 몰입도 점수가 높으면 좋은 것, 낮으면 나쁜 것으로 처리합니다. 그런데 어떤 팀의 낮은 점수는 위험 신호가 아니라 정직함의 신호일 수 있고, 어떤 팀의 높은 점수는 건강함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억누른 감정이 더 커지는 이유
감정을 밀어내면 사라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데이비드는 감정 억제 연구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감정을 옆으로 밀어내거나 무시하면 그 감정은 오히려 더 강해지며,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증폭(ampl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밀어내는 데 쓰는 인지 자원이 결국 그 감정에 주의를 붙들어 매기 때문입니다.
조직 차원에서 이 비용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측정돼 있습니다. 우르줄라 휠스헤거와 아나 슈베가 2011년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에 발표한 메타분석은 감정노동 연구 30년치를 모아 95개의 독립 연구, 494개의 개별 상관계수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표면행위(surface acting)는 실제로 느끼지 않는 감정을 겉으로 꾸며 내는 것을 말합니다. 웃고 싶지 않은데 웃는 것,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여기 해당합니다.
감정규칙 부조화와 표면행위는 웰빙 손상 지표와 ρ .39에서 .48 사이의 상당한 관계를, 직무 태도와는 ρ −.24에서 −.40 사이의 관계를 보였다.
Hülsheger & Schewe (2011),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6권 3호, 361~389쪽
숫자를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감정을 꾸며 내야 하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정서적 소진은 뚜렷하게 올라가고, 직무 만족과 조직 몰입은 뚜렷하게 내려갑니다. 이 결과가 감정노동이 심한 서비스 직군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감정규칙 부조화, 즉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과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 어긋나는 상태는 사무직에서도 매일 일어납니다. 납득하지 못한 결정을 팀에 전달해야 하는 팀장, 자기가 반대했던 방향을 대외적으로 옹호해야 하는 실무자가 모두 이 상태에 놓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 민첩성은 느끼는 대로 다 말하고 다 표출하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데이비드가 든 예가 명확합니다. 감정이 데이터라면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 자신입니다. 그는 이렇게 씁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감정을 명령이 아니라 데이터로 보라고 권할 때 뜻하는 바가 이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고려할 여러 데이터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십시오.” 화가 났다는 사실은 정보이지 화를 내라는 지시가 아닙니다. 정보를 읽되 행동은 가치에 따라 고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천 1. 정확한 이름을 붙인다
데이비드가 2013년 11월 크리스티나 콩글턴과 함께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Emotional Agility」는 수용전념치료(ACT)에서 가져온 네 가지 실천을 제시합니다. 자기 패턴을 알아차리기, 생각과 감정에 이름 붙이기, 그것을 받아들이기, 그리고 자기 가치에 따라 행동하기입니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그해의 경영 아이디어로 선정했습니다. 네 가지 가운데 조직에서 가장 먼저, 가장 값싸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두 번째, 이름 붙이기입니다.
왜 이름을 붙이는 일이 효과가 있을까요. 신경과학 쪽에 자주 인용되는 근거가 있습니다. UCLA의 매튜 리버먼 연구팀이 2007년 6월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입니다. 18세에서 36세 사이의 참가자 30명(여성 18명, 남성 12명)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서 다양한 감정 표정을 담은 얼굴 사진을 보았습니다. 한 조건에서는 그 표정에 ‘화난’이나 ‘두려운’ 같은 감정 단어를 골라 붙였고, 다른 조건에서는 성별에 맞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감정에 단어를 붙였을 때 편도체의 활동이 유의하게 줄었고, 동시에 이마 안쪽에 자리한 우측 복외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늘었습니다. 이 부위는 감정 경험을 언어로 사고하고 조절하는 일과 관련됩니다. 연구를 이끈 리버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났다’는 단어를 붙이면 편도체 반응이 줄어드는 것이 보입니다.”
Matthew D. Lieberman, UCLA 심리학과, 2007년 UCLA 보도자료
다만 이 연구를 확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가자 30명을 대상으로 사진 자극에 반응하는 뇌 활동을 본 실험실 연구이며, 조직에서의 장기 성과를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무적 함의는 남습니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 자체가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간격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어휘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감정을 표현할 때 쓰는 단어는 서너 개에 그칩니다. 괜찮다, 힘들다, 짜증난다, 바쁘다 정도입니다. 그런데 ‘짜증난다’ 안에는 서로 다른 상황이 뒤섞여 있습니다. 내 기여가 인정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일 수도 있고,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소외감일 수도 있고, 일정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일 수도 있습니다. 셋은 필요한 조치가 완전히 다릅니다. 서운함에는 인정의 언어가, 소외감에는 의사결정 참여가, 무력감에는 업무량 재배분이 답입니다. 그런데 셋 다 ‘짜증’으로 뭉뚱그려지면 관리자는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습니다.
1대1 면담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개입은 질문 하나를 바꾸는 것입니다. “요즘 어때요” 대신 “지난 2주 중에 가장 답답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고 묻는 것입니다. 앞의 질문은 “괜찮습니다”라는 답을 부르고, 뒤의 질문은 구체적인 장면을 부릅니다. 장면이 나오면 그 장면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실천 2. 감정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데이비드가 2016년에 낸 책 『Emotional Agility』는 네 개의 움직임으로 구성됩니다. 나타나기(showing up), 물러서기(stepping out), 자기 이유를 걷기(walking your why), 그리고 나아가기(moving on)입니다. 첫 번째 나타나기는 자기 생각과 감정과 경험을 호기심과 자기 연민을 갖고 마주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물러서기는 조직에서 특히 가르치기 쉬운 기술입니다.
핵심은 아주 작은 언어의 전환입니다. “나는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앞의 문장에서 나는 곧 불안 그 자체입니다. 뒤의 문장에서 불안은 내가 관찰하는 대상이 됩니다. 감정이 나를 규정하는 관계에서, 내가 감정을 관찰하는 관계로 위치가 바뀝니다. 이 미세한 차이가 놀랍도록 큰 힘을 갖는다고 데이비드는 설명합니다.
조직 장면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성과 피드백을 받은 팀원이 속으로 “나는 이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순간, 그 문장은 정체성이 됩니다. 정체성이 된 생각은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나는 지금 내가 이 일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면, 그 생각은 검토 가능한 하나의 가설이 됩니다. 가설은 데이터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맞지 않는지, 아니면 특정 과제 하나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인지 구분할 여지가 생깁니다.
리더 교육에서 이 기술을 다룰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마음챙김이나 명상 같은 큰 개념으로 포장해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관리자는 자기 일과 무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은 문장 형식 하나만 연습시키는 것입니다. 회의 직전 30초 동안 “지금 나는 ○○하다는 생각을 알아차린다”를 마음속으로 한 번 완성해 보게 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도구가 단순할수록 현장에 남습니다.
진단 도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성격 진단이나 다면진단 결과지를 받아 든 사람의 첫 반응은 대개 방어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반응이 나오면 결과지는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 결과지를 정체성 선언이 아니라 관찰 자료로 배치하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당신입니다가 아니라, 이 시점에 이런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라고 제시하는 편이 훨씬 잘 받아들여집니다. 데이비드의 물러서기가 진단 피드백 세션의 문법과 정확히 맞닿는 지점입니다.
실천 3. 감정이 가리키는 가치를 따라 걷는다
세 번째 실천은 데이비드가 자기 이유를 걷기라고 부른 것입니다. 자기 가치를 식별하고, 행동과 신념을 그 가치에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감정과 가치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데이비드의 관점에서 힘든 감정은 방해물이 아니라 표지판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내지 않습니다. 화가 났다는 것은 그 자리에 내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실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팀장이 부서 통합 발표를 듣고 며칠째 마음이 무겁습니다. 여기서 감정을 데이터로 읽으면 질문이 이어집니다. 무엇이 무거운가. 자리가 흔들려서인가, 아니면 3년 동안 키운 팀원들이 흩어질 때 각자가 제대로 배치될지 확신할 수 없어서인가. 후자라면 그 무거움은 육성이라는 가치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가치와 연결된 다음 한 걸음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통합 전에 팀원 각자의 강점과 성장 방향을 정리해 새 조직 리더에게 인계하는 문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감정을 눌러 담았다면 이 행동은 나오지 않습니다. 되새김질만 했어도 나오지 않습니다.
데이비드가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것이 감정적 용기입니다. 그가 강연에서 남긴 표현을 빌리면,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걷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반복해서 인용되는 또 하나의 문장이 여기 붙습니다.
“불편함은 의미 있는 삶에 지불하는 입장료입니다.”
Susan David (2018), 「The Tyranny of Relentless Positivity」, Mindful
책의 네 번째 움직임인 나아가기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인 조언이 됩니다. 데이비드는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작은 조정(tiny tweaks)을 말합니다. 사고방식과 동기와 습관을 조금씩 손보는 방식입니다. 그가 제시하는 균형 감각도 실무적입니다. 도전이 역량을 지나치게 앞지르면 불안해지고, 역량이 도전을 지나치게 앞지르면 지루해집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가는 과정이 성장입니다. HR 언어로 옮기면 직무 재설계와 배치의 문제이며,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베이와 진단을 다루는 사람에게 남는 질문
감정 민첩성을 조직에 도입한다고 할 때 가장 흔한 오류는 이것을 개인의 역량으로만 취급하는 것입니다. 구성원에게 감정을 잘 다루라고 교육하면서 정작 조직은 힘든 감정이 표현될 자리를 주지 않는 경우, 교육은 부담을 개인에게 넘기는 장치가 됩니다. 눌러 담기를 조장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눌러 담지 말라고 가르치는 셈입니다.
몰입도 서베이 설계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문항이 “나는 우리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다”처럼 태도의 총합을 묻습니다. 총합은 진단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앞서 본 감정규칙 부조화 개념을 문항으로 옮기면 훨씬 실행 가능한 데이터가 나옵니다. 실제로 느끼는 것과 다르게 반응해야 했던 경험의 빈도를 묻고,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를 함께 수집하는 식입니다. 점수가 아니라 장면이 나오는 문항이 조치로 이어집니다.
1대1 면담 가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조직의 가이드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 지침은 관리자에게 표면행위를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의 메타분석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관리자에게 감정 연기를 요구하는 조직은 관리자의 소진을 대가로 회의 분위기를 사는 것입니다. 대신 필요한 지침은 힘든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위로로 덮지 말고, 먼저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이 붙도록 두 번 더 물으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리더 선발과 육성 기준에 이 관점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조직이 정서적 안정성을 감정 기복이 적은 상태로 정의해 왔습니다. 데이비드의 틀에서 보면 이 정의는 위험합니다. 기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잘 눌러 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잘 눌러 담는 리더는 평소에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임계점에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터집니다. 대신 물어야 할 것은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고, 그럼에도 가치에 맞는 행동을 선택한 경험이 있는지입니다. 이것은 행동 사건 면접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감정을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는 언어를 제도에서 걷어내십시오: 부정적 감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구성원에게 자기 검열을 요구합니다. 서베이 문항, 리더십 교재, 면담 가이드에 쓰인 표현부터 점검할 대상입니다.
- “요즘 어때요” 대신 장면을 부르는 질문을 배포하십시오: 지난 2주 중 가장 답답했던 순간을 묻는 방식이 구체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냅니다. 질문 하나 바꾸는 데는 예산이 들지 않습니다.
- 관리자에게 감정 연기를 요구하지 마십시오: 표면행위와 감정규칙 부조화는 웰빙 손상과 상당한 크기의 관계를 보입니다.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지침은 관리자의 소진을 앞당깁니다.
- 진단 피드백을 정체성 선언이 아니라 관찰 자료로 제시하십시오: “이것이 당신입니다”가 아니라 “이 시점에 이런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라는 문법이 방어를 크게 낮춥니다.
- 정서적 안정성의 정의를 다시 쓰십시오: 기복이 없어 보이는 것과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은 다릅니다. 선발과 승계 기준에서 이 둘을 구분할 행동 지표가 필요합니다.
- 감정 어휘를 조직의 공용어로 만드십시오: 짜증 하나로 뭉뚱그려지던 신호가 서운함, 소외감, 무력감으로 분화되면 각각에 다른 조치를 붙일 수 있습니다. 조치가 달라야 개선이 일어납니다.
- 개인 교육과 구조 개선을 같이 가져가십시오: 힘든 감정을 말할 자리가 없는 조직에서 감정 민첩성 교육만 돌리면, 그 교육은 책임을 개인에게 넘기는 장치가 됩니다.
참고 자료
- Susan David, 「The gift and power of emotional courage」, TEDWomen 2017 (2017년 11월)
- Susan David, 「The Tyranny of Relentless Positivity」, Mindful, 2018년 2월 2일
- Susan David & Christina Congleton, 「Emotional Agility」, Harvard Business Review, 2013년 11월호
- Susan David, 「Recognizing Your Emotions as Data, Not Directives」 (저자 공식 사이트)
- UCLA Health, 「Putting Feelings Into Words Produces Therapeutic Effects in the Brain」 (Lieberman et al., 『Psychological Science』, 2007년 6월 연구 보도자료)
- Matthew D. Lieberman 외, 「Putting Feelings Into Words」, 『Psychological Science』 18권 5호 (2007), 421~428쪽
- Ursula R. Hülsheger & Anna F. Schewe, 「On the Costs and Benefits of Emotional Labor: A Meta-Analysis of Three Decades of Research」,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16권 3호 (2011), 361~3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