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만 모은 무리가 먼저 무너진다

Human Experience
2026.8.7

“회사는 아이디어를 갖지 않습니다. 오직 사람만이 아이디어를 갖습니다.” 마거릿 헤퍼넌(Margaret Heffernan)이 TEDWomen 2015 무대에서 던진 이 문장은, 460만 회 넘게 재생되며 인재관리의 오래된 전제 하나를 정면으로 겨눴습니다. 그 전제란 이렇습니다. 가장 뛰어난 개인들을 모으면 가장 뛰어난 팀이 된다. 우리는 이 믿음 위에 핵심인재 풀을 만들고, 등급을 매기고, 상위 10%에 보상을 몰아줍니다. 그런데 헤퍼넌이 강연의 첫 3분을 통째로 할애해 소개한 어느 생물학 실험은, 그 믿음이 어떻게 조직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지를 잔인할 만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실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닭이었습니다.

1. 최고만 모은 닭장에서 벌어진 일

미국 퍼듀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뮤어(William Muir)는 1990년대에 산란계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닭의 생산성은 측정이 쉽습니다. 알을 몇 개 낳았는지 세면 되니까요. 뮤어는 두 개의 무리를 만들어 여섯 세대에 걸쳐 관찰했습니다.

첫 번째는 평범한 무리였습니다. 아홉 마리의 보통 닭을 한데 두고, 무리 전체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다음 세대를 선발했습니다. 개별 성적이 아니라 집단의 성적을 본 것입니다.

두 번째는 최고만 모은 무리였습니다. 각 세대에서 가장 알을 많이 낳은 개체들만 골라 번식시켰습니다. 헤퍼넌은 이 무리에 ‘슈퍼치킨(superchicke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개인 성과 기준으로 최상위만 선별한, 말하자면 완벽한 하이포텐셜 풀이었습니다.

여섯 세대 뒤 두 닭장의 문을 열었을 때,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 평범한 무리는 통통하고 건강했으며 깃털이 온전했고, 생산성은 크게 올라 있었습니다. 반면 슈퍼치킨 무리에서는 아홉 마리 중 세 마리만 살아남아 있었습니다. 나머지 여섯은 죽어 있었습니다. 굶어서도, 병들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살아남은 세 마리가 나머지를 쪼아 죽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고들이 알을 못 낳았다’가 아닙니다. 그들은 여전히 알을 잘 낳는 개체들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개인 생산성을 끌어올린 방식이었습니다. 여섯 세대 동안 선발된 형질은 ‘알을 잘 낳는 능력’만이 아니라, 다른 개체의 생산을 억누르는 능력이었습니다. 자원을 독점하고, 경쟁자를 쪼고, 서열 위로 올라서는 형질이 함께 선발된 것입니다. 개인 단위로 성과를 측정하고 개인 단위로 보상하면, 조직은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를 빼앗아 오는 사람을 선발하게 됩니다. 뮤어의 닭장은 그 메커니즘을 여섯 세대 만에 압축해 보여준 실험실이었습니다.

물론 닭은 사람이 아니고, 하나의 실험을 조직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헤퍼넌 자신도 이 실험을 증명이 아니라 은유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은유가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이미 조직에서 슈퍼치킨 무리를 만드는 절차를 아주 정교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우리는 매년 슈퍼치킨을 선발하고 있다

강제 배분(forced ranking), 상대평가 등급, 상위 성과자에 집중된 차등 보상. 이 세 가지는 여전히 많은 조직의 성과관리 골격입니다. 그리고 이 골격은 정확히 뮤어의 두 번째 닭장과 같은 선발 압력을 만듭니다. 동료의 성과가 곧 나의 등급을 깎는 구조에서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며 좋은 인력을 내 팀에 붙잡아 두는 행동이 ‘합리적’이 됩니다.

영국 인사 전문기관 CIPD는 성과관리 팩트시트에서 이 흐름을 명확히 정리합니다. 최근 성과관리의 방향은 “강제 배분이나 가이드 분포 등급 같은 프로세스에 대한 집중을 줄이는 것”이며, “연 1회 평가에 대한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고, 정기적인 성과 대화에 무게를 두는 것”입니다. 성과연동보상(PRP)에 대해서도 CIPD는 조건부 경고를 답니다. PRP는 “특히 목표가 좁게 설정되어 좋은 성과가 무엇인지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때,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과연동보상은 특히 목표가 좁게 설정되어 무엇이 좋은 성과인지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때,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직장 내 행동을 부추길 수 있다.”
CIPD, Performance Management factsheet

‘좁게 설정된 목표’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닭장에서 좁게 설정된 목표는 ‘산란 수’였습니다. 조직에서 그것은 개인 KPI 달성률, 개인 매출, 개인 처리 건수입니다. 어느 쪽이든 측정 단위가 개인으로 좁아지는 순간, 측정되지 않는 것, 즉 동료를 돕는 시간과 신입을 가르치는 시간, 나쁜 소식을 일찍 알리는 용기는 조직에서 조용히 사라집니다. 이런 행동은 경영학에서 조직시민행동(OCB)이라 불리며 팀 성과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지만, 개인 성과표에는 한 줄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딜로이트가 201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공개한 자체 진단은 이 비용을 다른 각도에서 드러냅니다. 딜로이트는 성과관리 제도를 다시 설계하기 전, 자신들이 이 제도에 쓰는 시간을 단순히 세어 보았습니다. 목표 설정, 평가 작성, 등급 조정 회의를 모두 합치니 연간 약 200만 시간이었습니다. 그 200만 시간이 만들어 낸 산출물은 대체로 하나의 숫자, 즉 등급이었습니다.

3. 팀의 지능은 개인 지능의 합이 아니다

팀의 집단지성(요인 c)을 예측하는 세 가지 요인(사회적 감수성, 발언의 균등한 분포, 팀 구성)을 정리하고, 구성원 평균·최고 지능은 예측력이 약함을 표시한 다이어그램
팀의 집단지성을 예측한 것은 구성원의 지능이 아니라 ‘서로에게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는가’였다. 평균·최고 지능과의 상관은 완만한 수준에 그쳤다. (Woolley et al., Science 2010)

“그래도 뛰어난 사람이 많으면 팀도 뛰어나지 않겠느냐”는 반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 연구가 2010년 Science에 실렸습니다. 애니타 울리(Anita Woolley), 크리스토퍼 채브리스, 알렉스 펜틀런드, 나다 하시미, 토머스 말론이 발표한 ‘인간 집단의 성과에서 나타나는 집단지성 요인의 증거’입니다.

연구진은 699명을 무작위로 192개 팀에 배정한 뒤, 브레인스토밍, 판단, 협상, 시각 퍼즐 등 성격이 전혀 다른 과제들을 풀게 했습니다. 그러자 개인의 IQ와 마찬가지로, 한 과제를 잘한 팀이 다른 과제도 잘하는 일반 요인(요인 c, collective intelligence factor)이 관찰되었습니다. 팀에도 ‘지능’이라 부를 만한 안정적 능력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핵심은 그 다음입니다. 요인 c는 구성원의 평균 지능이나 최고 지능과는 완만한 상관에 그쳤습니다. 대신 세 가지와 훨씬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사회적 감수성의 평균: 구성원들이 상대의 표정과 신호에서 상태를 읽어내는 능력
  • 발언의 균등한 분포: 소수가 대화를 지배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고르게 기여하는 정도
  • 팀 내 여성 비율: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 감수성 지표를 통해 매개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팀의 성과를 예측한 것은 ‘누가 가장 똑똑한가’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주의를 기울이는가’였습니다. 슈퍼치킨 무리의 문제를 이 언어로 다시 쓰면 이렇습니다. 그 무리에는 발언의 균등한 분포도, 상대의 신호를 읽는 감수성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개체 능력은 최고였지만 집단 능력은 붕괴한 것입니다.

헤퍼넌이 강연에서 강조한 지점도 정확히 여기입니다. 그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 개인의 탁월함이 아니라 사회적 응집(social cohesion)이며, 그것은 “매번의 커피 브레이크마다, 한 팀원이 다른 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조금씩 쌓여 시간이 지나 큰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회의실에서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측정하기 어려운 짧은 상호작용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다는 뜻입니다.

4. 피드백은 왜 절반만 작동하는가

여기서 많은 조직이 내리는 처방은 ‘피드백을 더 자주 하자’입니다. 방향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고전 연구가 있습니다. 클루거(Avraham Kluger)와 드니시(Angelo DeNisi)가 1996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한 메타분석입니다.

두 사람은 131편의 논문에서 607개의 효과크기를 뽑아냈습니다. 참가자 12,652명, 관측치 23,663건 규모입니다. 결론은 두 갈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피드백은 성과를 향상시켰습니다(가중 평균 효과크기 d = .41). 그러나 동시에 보고된 효과의 38% 이상이 부정적이었습니다. 피드백을 준 결과 성과가 오히려 떨어진 경우가 세 번에 한 번꼴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피드백 개입은 평균적으로 성과를 높였으나(d = .41), 보고된 효과의 38% 이상은 부정적이었다.
Kluger & DeNisi (1996), Psychological Bulletin, 119(2), 254~284
피드백이 주의를 과제로 보내면 성과가 오르고 자아로 보내면 성과가 떨어지는 분기 구조와, 보고된 효과의 38% 이상이 부정적이었음을 나타낸 다이어그램
피드백은 주의를 어디로 보내는지에 따라 갈린다. 과제로 향하면 개선, 자아로 향하면 악화다. 보고된 효과의 38% 이상은 부정적이었다. (Kluger & DeNisi, 1996)

왜 그럴까요. 두 연구자가 제안한 피드백 개입 이론(FIT)의 설명은 간명합니다. 피드백은 사람의 주의를 어딘가로 이동시키는데, 그 주의가 과제 자체로 향하면 성과가 오르고 자아(self)로 향하면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의 3장 논리가 비었다”는 과제로 주의를 보냅니다. “당신은 B등급이다”는 자아로 주의를 보냅니다. 등급은 본질적으로 자아를 겨냥한 메시지이고, 그래서 아무리 정확해도 개선으로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현장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갤럽에 따르면 자신이 받는 성과평가가 개선하도록 영감을 준다고 강하게 동의한 직원은 14%에 그쳤습니다. 평가가 공정하다고 강하게 동의한 비율은 29%, 정확하다고 본 비율은 26%였습니다. 성과관리 방식이 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강하게 동의한 사람은 열 명 중 두 명 수준이었습니다.

반대로 대화의 빈도와 밀도가 바뀌면 수치는 크게 달라집니다. 갤럽 조사(2021년 3월 10~24일, 미국 정규직 13,490명 대상)에서 지난 한 주 안에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답한 직원의 80%는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습니다. 또한 관리자가 연 1회가 아니라 매일 피드백을 주는 경우, 직원이 ‘탁월한 성과를 내도록 동기부여된다’고 강하게 동의할 가능성은 3.6배 높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피드백의 문제는 양이 아니라 겨냥하는 대상입니다. 자아를 겨냥한 연 1회 등급은 상당한 확률로 역효과를 내고, 과제를 겨냥한 주 단위 대화는 몰입을 만듭니다.

5. 실전 하나: 순위 대신 ‘연결’을 측정하라

슈퍼치킨 무리를 만들지 않으려면, 무엇을 측정하는지부터 바꿔야 합니다. 개인 산출량만 보는 지표 체계는 정의상 개인 산출량을 극대화하는 사람을 선발합니다. 그 옆에 집단 산출과 연결을 보는 지표를 나란히 놓아야 합니다.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세 가지 장치가 있습니다. 첫째, 평가 항목에 ‘타 팀 기여’와 ‘지식 공유’를 명시적 가중치로 넣는 것입니다. 말로 권장하는 것과 표에 칸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둘째, 다면진단을 등급 산출용이 아니라 인식 격차 확인용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동료가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은 그 자체로 사회적 감수성을 훈련시키는 데이터입니다. 셋째, 팀 단위 목표를 개인 목표보다 상위에 두고, 개인 목표가 팀 목표를 어떻게 떠받치는지 한 문장으로 적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항목은 맥킨지가 McKinsey Quarterly(2018, Hancock, Hioe, Schaninger)에서 제시한 실천 항목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들이 공정하다고 인식되는 성과관리의 조건으로 꼽은 첫 번째는 “구성원의 목표를 사업 우선순위와 투명하게 연결하고, 동시에 강한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 둘은 “관리자의 코칭 역량에 투자해 일상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일부 직무에서는 탁월한 성과에 확실히 보상하되 성과가 수렴하는 직무는 다르게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등 보상 자체를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차등이 의미 있는 직무와 그렇지 않은 직무를 구분하라는 뜻입니다. 콜센터 상담사 열 명의 성과 차이와 신약 연구팀 열 명의 성과 차이는 성격이 다릅니다.

6. 실전 둘: 커피 브레이크를 제도로 취급하라

헤퍼넌의 강연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은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는 방식에 대한 설명입니다. 신뢰와 상호의존은 워크숍 하루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요청이 거절당하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쌓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이 할 일은 ‘협업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회의 사이에 15분의 여백을 남겨 두는 것, 팀별로 흩어진 휴게 공간을 하나로 합치는 것, 신규 입사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부서 세 곳의 사람과 30분씩 대화하기’를 온보딩 과제로 주는 것, 프로젝트 회고에서 ‘누가 잘했나’ 대신 ‘어떤 도움이 결정적이었나’를 먼저 묻는 것. 모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측정 가능한 성과표에는 잡히지 않는 종류의 개입입니다.

발언 분포를 관리하는 것도 같은 계열의 실천입니다. 울리 연구가 보여준 대로, 소수가 대화를 지배하는 팀은 집단지성이 낮았습니다. 회의를 시작할 때 참석자 전원이 30초씩 먼저 말하게 하는 라운드로빈, 발언량을 회의록에 대략이라도 기록해 두는 습관, 가장 직급이 낮은 사람부터 의견을 말하게 하는 순서 규칙은 모두 ‘균등한 발언 분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장치입니다. 자연스럽게 두면 발언은 언제나 직급과 목소리 크기를 따라 몰립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사회적 응집을 ‘갈등 없는 상태’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헤퍼넌이 말하는 응집은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어려운 말을 꺼낼 수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회의는 응집이 높은 것이 아니라 침묵 비용이 높은 것입니다.

7. 실전 셋: 등급을 줄이되, 어려운 대화는 늘려라

연 1회 평가를 상시 대화로 바꾼 대표 사례는 어도비입니다. 어도비는 2012년 가을 기존 성과평가를 폐지하고 ‘체크인(Check-in)’을 도입했습니다. 형식은 단순합니다. 관리자와 구성원이 최소 분기 1회 이상 만나 기대(expectations), 피드백(feedback), 성장과 개발(growth and development)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정해진 양식도, 제출해야 할 서류도 없습니다.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두 숫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자발적 퇴사는 30% 감소했습니다. 동시에 비자발적 퇴사는 50% 증가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구성원의 문제를 관리자가 더 직접적으로, 더 빨리 다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합이 중요한 이유는, ‘등급 폐지’가 종종 ‘성과 관리 포기’로 오해되기 때문입니다. 어도비의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정반대입니다. 등급이라는 완충재가 사라지자 관리자는 어려운 대화를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연 1회 평가는 역설적으로 피드백을 미루는 장치로 기능해 왔습니다. “평가 때 이야기하자”는 말로 열한 달을 미룰 수 있었으니까요.

따라서 실전 원칙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등급의 개수는 줄이고, 대화의 횟수는 늘리고, 대화의 난이도는 낮추지 않는다. 여기에 클루거와 드니시의 교훈을 겹치면 대화의 문법도 분명해집니다. 사람이 아니라 과제를 겨냥할 것. “당신은 소통이 부족합니다” 대신 “지난 스프린트에서 일정 변경이 이틀 늦게 공유됐고, 그 때문에 QA가 하루를 잃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자아를, 후자는 과제를 겨냥합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선발 압력을 점검하라: 현재의 평가·보상 제도가 ‘성과를 만드는 사람’을 뽑는지 ‘성과를 가져오는 사람’을 뽑는지 확인합니다. 동료를 도운 행동이 등급에 한 줄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이미 슈퍼치킨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 팀 지표를 개인 지표 옆에 세워라: 타 팀 기여·지식 공유를 명시적 가중치로 넣고, 개인 목표가 팀 목표를 어떻게 지지하는지 한 문장으로 적게 합니다.
  • 발언 분포를 설계하라: 라운드로빈, 하위 직급 우선 발언 같은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집단지성의 예측 변수 하나를 직접 건드릴 수 있습니다.
  • 피드백은 자아가 아니라 과제를 겨냥하라: 등급 통보는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관찰된 행동과 그 결과를 사실로 기술하는 훈련을 관리자 교육의 핵심에 둡니다.
  • 차등이 의미 있는 직무를 구분하라: 성과 분산이 큰 직무와 수렴하는 직무에 같은 보상 곡선을 적용하면, 후자에서는 공정성 인식만 훼손됩니다.
  • 어려운 대화를 미루는 장치를 제거하라: 연 1회 평가가 “그때 이야기하자”의 알리바이로 쓰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헤퍼넌은 강연을 이렇게 닫습니다. 회사는 아이디어를 갖지 않으며, 오직 사람만이 아이디어를 갖는다고. 그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서로에 대한 헌신이라고. 인재관리의 목표를 ‘가장 뛰어난 개인을 확보하는 일’에서 ‘사람들 사이를 작동하게 만드는 일’로 옮기는 것. 여섯 세대 뒤 닭장의 문을 열었을 때 무엇을 보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한 번의 전환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