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은 부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조시 버신 '시스테믹 HR'과 고성과 조직의 3가지 전환
당신의 회사 HR은 채용팀, 교육팀, 보상팀, 평가팀으로 나뉘어 있습니까? 각 팀이 자기 지표만 관리하고, 정작 "왜 유독 이 부서만 퇴사율이 높은가" 같은 진짜 문제 앞에서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진 않나요? 세계적인 HR 애널리스트 조시 버신(Josh Bersin)은 이 익숙한 구조가 이미 수명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1,000개 이상 기업의 107개 HR 전략을 분석한 그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 HR은 '기능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이 모델을 시스테믹 HR(Systemic HR)이라 부릅니다.
왜 '부서의 합'으로는 안 되는가
지난 30년간 HR의 표준은 기능별 전문화였습니다. 채용은 채용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각자의 우물을 팠죠. 이 구조는 계층적 직무, 선형적 경력, 외부 채용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전제 위에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버신은 지금을 후기 산업화 시대(Post-Industrial Age)로 규정합니다. 일은 '직무와 자리'가 아니라 '사람과 스킬' 중심으로 재편됐고, 인재는 갈수록 희소해졌습니다. 기능이 칸막이로 나뉘어 있으면, 부서를 가로지르는 문제는 결국 누구의 것도 되지 못합니다.
"어떤 HR 실천도 홀로 서지 않는다(no HR practice stands alone)."
— Josh Bersin, Systemic HR Initiative (2023)
그래서 시스테믹 HR의 출발점은 새로운 조직도가 아니라 새로운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입니다. 채용·보상·교육 데이터가 하나로 흐르고, 담당자들이 부서 경계를 넘어 같은 문제를 함께 푸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조직도 몇 칸을 옮기는 개편이 아니라, HR이 일하는 문법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성숙도 4단계, 그리고 성과의 격차
버신은 HR의 진화를 네 단계로 정리합니다. L1 거래·규정 준수(채용·급여·복리후생 등 행정 처리 중심), L2 효율적 서비스 제공(채용·교육·보상으로 나뉜 기능별 서비스센터), L3 솔루션 중심(사업 역량과 직원 경험을 겨냥한 맞춤 해법), 그리고 L4 시스테믹 HR(문제를 진단하고 부서를 넘나들며 함께 해결하는 조직)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L2에 머물러 있고, 진정한 L4에 도달한 곳은 조사 대상의 약 11%에 불과합니다.
격차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시스테믹 HR을 구현한 기업은 동종 기업 대비 인력 생산성 12배, 인재 몰입·유지 9배, 변화 대응 7배, 재무 목표 달성 2배 높은 확률을 보였습니다. HR을 '비용센터'가 아니라 '성과 엔진'으로 되돌린 조직만이 얻는 결과입니다.
HR을 바꾸는 3가지 전환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버신의 프레임워크에서 실무자가 당장 붙잡을 세 가지 전환을 추립니다.
① 사일로 전문가 → 풀스택 HR — 시스테믹 HR의 핵심 인재는 한 분야에 깊되 인접 분야까지 넓게 아는 '풀스택(full-stack)' 전문가입니다. 보상 담당자가 조직 설계와 스킬 데이터를 함께 읽을 수 있어야, "이 팀의 이탈이 급여 문제인지, 성장 정체인지, 관리자 문제인지"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자기 도메인 밖의 언어를 이해하는 훈련이 곧 HR의 새 경쟁력입니다.
② 서비스 창구 → 문제 해결 컨설팅 — L4 조직의 HR은 '전문 서비스 회사'처럼 움직입니다. 예컨대 특정 부서의 퇴사율이 치솟으면, 채용·유지·리스킬링·직무 재설계 담당자가 하나의 '스와트 팀'으로 모여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함께 냅니다. 요청받은 업무를 순서대로 처리하는 창구가 아니라, 사업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파고드는 컨설턴트로 역할이 바뀌는 것이죠.
③ 직무 중심 → 사람·스킬 중심 — 채용·이동·육성의 기본 단위를 '자리(position)'에서 '스킬(skill)'로 옮깁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데 급급하기보다, 조직에 필요한 역량을 지도로 그리고 내부에서 길러 재배치합니다. AI가 직무의 경계를 매달 흔드는 지금, 낡은 직무기술서보다 스킬 데이터가 훨씬 오래 유효합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내 조직의 성숙도부터 진단하라 — L1~L4 중 어디인지 솔직하게 매긴 뒤, 다음 '한 단계'만 목표로 잡으세요. L2에서 L4로 단번에 건너뛰려는 시도가 대부분의 실패 원인입니다.
- '문제'를 조직 단위로 삼아라 — 팀 편제를 기능(채용·교육)이 아니라 문제(핵심인재 유지·신사업 인력 확보)로 재구성하는 파일럿을 딱 하나만 돌려보세요.
- 풀스택 역량을 육성 지표에 넣어라 — HR 구성원의 성장 목표에 '인접 도메인 1개 학습'을 명시하면, 사일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서부터 허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