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영④ : 약자의 반격, 비중-순서 모델(WSM)로 승부하라 (연재 4/5)
(AI시대 경영③ 요약)
세 번째 글에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외부 환경이나 내부 자원 자체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독특한 내부 작동 방식, 즉 '메커니즘'에 있다는 메커니즘 기반 관점(MBV)을 심층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GE 등 성공 기업 사례를 통해 강력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기업 성공의 DNA 역할을 하는지 확인했으며, AI 시대에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혁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짐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의 역설: 약자에게도 열린 기회의 창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보유한 기존 강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AI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AI는 자원이 부족한 약자들에게도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확산,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의 발전은 기술 접근성을 낮추어 약자도 적은 비용으로 강력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창의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강자의 약점을 파고들고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느냐입니다.
'AI 시대의 경영전략' 강의 자료는 바로 이러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전략(Strategy for the weak to defeat the strong)'**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는 도구로서 **비중-순서 모델(Weight-Sequence Model, WSM)**을 제시합니다[*1]. WSM은 단순히 '무엇(What)'을 할 것인가를 넘어,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How)' 배분하고 실행할 것인가, 즉 **자원 배분의 '비중(Weight)'**과 **실행 단계의 '순서(Sequence)'**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MBV를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 프레임워크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비중-순서 모델(WSM) 심층 분석: 4가지 전략 유형
WSM은 전략적 의사결정 시 '비중'과 '순서'라는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본 전략 유형을 제시합니다[^1].
[WSM 2x2 매트릭스 이미지 삽입: 가로축 Sequence (No/Yes), 세로축 Weight (No/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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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략 (No Strategy - White Elephant):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비중)나 실행 순서를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자원을 분산시키거나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흰 코끼리'처럼 겉보기에는 크고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비효율적이고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예: 명확한 전략 없이 여러 사업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 부서 간 협력 없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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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전략 (Weighting - Prudent Cow): 특정 자원, 역량, 시장, 고객 등 핵심 성공 요인에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입니다. 이는 마치 '신중한 소'처럼 안정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포터(Porter)의 본원적 전략(원가 우위 또는 차별화 집중)이나 자원 기반 관점(RBV)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 강화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6] [*5]. 강점을 더욱 강화하여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예: 특정 기술 R&D에 집중 투자, 특정 고객 세그먼트에 마케팅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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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전략 (Sequencing - Smart Horse): 자원 투입, 활동 실행, 시장 진입 등의 '순서'를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배열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입니다. 이는 마치 '영리한 말'처럼 자원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타이밍과 순서의 묘를 살려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접근입니다.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를 활용한 단계적 접근, 선발주자(First Mover) 또는 후발주자(Latecomer) 전략, 특정 기술 표준 선점 전략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예: 신제품 출시 순서 조정, 단계적인 시장 확장 전략, 손빈의 경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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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순서 전략 (Weighted Sequencing - Agile Lion): 자원 배분의 '비중'과 실행의 '순서'를 모두 역동적으로 고려하고 최적으로 조합하는 가장 정교하고 강력한 전략입니다. 이는 마치 '민첩한 사자'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사냥감(목표)과 사냥 방식(전략)을 유연하게 바꾸며 최고의 성과를 추구합니다. 시장 상황이나 경쟁 환경 변화에 맞춰 핵심 역량의 초점을 이동시키거나(Staged Core Competence), 시스템 전체의 동적인 피드백 루프를 고려하여 자원 배분과 실행 순서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접근입니다. (예: 한니발의 양익포위 전략, 이순신의 학익진, 워싱턴의 기습 전략, 베트남전에서의 베트콩 전략)
역사가 증명하는 WSM의 힘: 약자의 승리 방정식
강의 자료는 WSM, 특히 자원의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머쥔 '순서 전략'과 '비중-순서 전략'의 역사적 사례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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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빈의 경마 전략 (Sequencing): 제나라의 전략가 손빈은 왕과의 경마 시합에서 상대방 말과의 대진 순서만 바꾸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자신의 하등마를 상대의 상등마와, 상등마를 중등마와, 중등마를 하등마와 붙게 하여(순서 변경), 말의 절대적인 능력(자원)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3전 2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자원의 질이나 양이 아닌, 배열 순서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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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싱턴의 기습 전략 (Weighted Sequencing):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압도적인 영국군에 비해 군사력(자원)이 열세였던 워싱턴 장군은 결정적인 요크타운 전투에서 WSM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영국군에게는 뉴욕을 공격할 것처럼 거짓 정보(순서/정보 조작)를 흘려 방심하게 만들고, 실제로는 주력 부대를 비밀리에 이동시켜 요크타운을 기습 공격(비중/자원 집중)했습니다. 또한, 요크타운 전투에서도 정면 대결보다는 포격전에 비중을 두어(비중)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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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의 양익포위 전략 (Weighted Sequencing):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칸나에 전투에서 수적으로 우세한 로마군을 상대로 WSM 전략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중앙에는 비교적 약한 용병 부대(비중 낮춤)를 배치하여 의도적으로 후퇴하게 만들고, 정예 기병을 양쪽 날개(비중 높임)에 집중 배치하여 먼저 로마군의 측면을 돌파(순서)했습니다. 이후 후퇴했던 중앙 부대가 로마군의 전진을 막는 동안, 양익의 기병이 로마군의 후방을 포위(순서)하여 섬멸하는 방식으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자원 배치(비중)와 공격 순서(순서)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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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해전 전략 (Weighted Sequencing): 임진왜란 당시 절대적인 수적 열세 속에서 연전연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해전 전략은 WSM의 탁월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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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대첩 (학익진):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의 견고함과 우수한 화포 성능(자원의 질적 우위 - 비중)을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적은 수의 판옥선으로 일본 수군을 유인(순서)한 뒤, 넓은 바다에서 학이 날개를 펼치듯 V자 형태로 포위(순서/진형)하여 집중 포격(비중)으로 격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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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해전: 단 12척의 배로 133척(혹은 300척 이상)의 일본 대선단에 맞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좁고 물살이 빠른 울돌목이라는 지형적 이점(환경 활용 - 비중)을 극대화했습니다. 밀물과 썰물의 시간(순서/타이밍)을 정확히 계산하고, 좁은 수로로 들어오는 일본 함선들을 차례로 격파(순서)하며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는 극한의 자원 열세를 환경 요인 활용과 절묘한 순서 전략으로 극복한 기적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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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단순히 더 많은 자원이나 더 우수한 기술을 갖는 것보다,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즉 전략적 '비중' 설정과 '순서' 설계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약자에게 WSM은 강자의 허를 찌르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 WSM 전략의 새로운 가능성
AI 기술은 WSM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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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최적화: AI는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자원에 '비중'을 두어야 할지, 어떤 '순서'로 활동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WSM 전략 수립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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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하고 유연한 실행: AI는 시장 변화, 경쟁자의 움직임, 고객 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하여, 수립된 WSM 전략을 상황에 맞게 신속하게 조정하고 유연하게 실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민첩성(Agility)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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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된 WSM 적용: AI는 개별 고객 데이터나 특정 상황에 맞춰 WSM 전략을 미세 조정하고 개인화하여 적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 그룹에게는 특정 제품(비중)을 특정 시점(순서)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약자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하여 정교한 WSM 전략을 수립하고 민첩하게 실행함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강자와의 비대칭 경쟁에서 승리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AI시대 경영⑤ 미리보기
WSM을 통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구체적인 전략 원리와 AI 시대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 글에서는 이러한 AI 시대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미래 지향적인 조직의 모습과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에 대해 논의합니다. 피자 조직, 역피라미드 조직, 분자 조직, 그리고 이들의 장점을 결합한 소프트아이스크림 조직 등 미래 조직 모델의 특징을 살펴보고, aSSIST 대학원이 강조하는 4T(Ethics, Storytelling, Technology, Teamwork) 철학을 통해 AI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인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주석
[*1]: 조동성 (2025). AI시대의 경영전략 강의 자료, 서울과학종합대학원.
[*5]: Barney, J. (1991).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Journal of Management, 17(1), 99-120.
[*6]: Porter, M. E. (1980). Competitive Strategy: Techniques for Analyzing Industries and Competitors. Free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