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임명된 고위 리더의 40~50%가 18개월 안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호건(Hogan)의 오랜 연구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무너지는 이유가 대개 '역량 부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략을 몰라서, 숫자를 못 읽어서 실패하는 리더는 드뭅니다. 진짜 붕괴는 압박 상황에서 드러나는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성격 진단의 세계 표준 중 하나인 호건 개발 서베이(HDS, Hogan Development Survey)가 말하는 '어두운 면(dark side)'과 11가지 탈선 요인(derailer)을 정리합니다.
강점의 그림자 — 밝은 면·어두운 면·내면
호건은 사람을 세 층위로 봅니다. 평상시 일하는 모습인 밝은 면(bright side), 압박·피로·지루함 속에서 통제를 놓쳤을 때 튀어나오는 어두운 면(dark side), 그리고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는지에 대한 내면(inside, 동기·가치)입니다. 이 중 HDS가 측정하는 어두운 면의 핵심 통찰은 단순하지만 뼈아픕니다. 탈선 요인은 결함이 아니라 과도하게 쓰인 강점이라는 것입니다.
자신감은 오만으로, 꼼꼼함은 사람을 옥죄는 완벽주의로, 결단력은 팀을 질식시키는 통제로 변합니다. 평소 그 사람을 유능하게 만들던 바로 그 특성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톱 리더를 크게 이기게 만든 성격적 강점은, 그와 조직을 크게 잃게 만들 수도 있다."
— Hogan Assessments, The Dark Side of Leadership
11가지 탈선 요인, 3가지 스트레스 반응
HDS의 11개 척도는 정신분석가 카렌 호나이(Karen Horney)의 대인관계 이론에서 영감을 얻어 세 가지 스트레스 반응 군집으로 묶입니다. 호나이는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이 세 방향으로 갈린다고 보았습니다 — 사람에게서 '멀어지거나(withdrawal)', '맞서거나(aggression)', '순응하거나(compliance)'. HDS는 리더가 압박을 받을 때 나타나는 탈선 패턴을 이 틀에 정확히 대응시킵니다.
- Moving Away (멀어짐 · 위축) — Excitable(변덕: 사소한 좌절에 쉽게 실망·폭발), Skeptical(회의: 타인의 의도를 불신·냉소), Cautious(신중: 위험을 과대평가해 결정을 회피), Reserved(내성: 소통을 끊고 냉담해짐), Leisurely(태평: 겉으론 협조하나 수동공격적으로 자기 페이스를 고수).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러서고 벽을 칩니다.
- Moving Against (맞섬 · 위압) — Bold(대담: 자신감이 오만으로), Mischievous(모험: 매력과 위험감수가 충동·규범 무시로), Colorful(다채: 존재감이 관심 집착·산만함으로), Imaginative(기발: 창의가 비현실·기이함으로). 압박 속에서 사람을 밀어붙이고 지배하려 합니다.
- Moving Toward (다가섬 · 순응) — Diligent(성실: 꼼꼼함이 완벽주의·마이크로매니징으로), Dutiful(충직: 협력이 눈치보기·소신 부재로). 불안할수록 규칙과 상급자에게 매달립니다.
"이 일탈적 대인 행동은 통제하거나, 동맹을 맺거나, 회피함으로써 불안에 대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 Karen Horney의 대인관계 이론(HDS 군집의 이론적 토대)
탈선이 사는 곳 — 자기인식의 격차
탈선 요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정작 본인은 그것을 강점으로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마이크로매니징하는 관리자는 스스로를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 믿고, 회의를 독점하는 임원은 '열정적'이라 확신합니다. 예컨대 위기 상황에서 유난히 빛나던 '결단력 있는' 팀장이, 조직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 틀어쥐어 유능한 팀원들이 하나둘 떠나는 경우 — 강점(Bold)이 통제(Moving Against)로 굳어진 전형적 탈선입니다. 호건이 강조하는 문장 그대로입니다.
"리더가 자신을 보는 방식과, 타인이 그를 경험하는 방식 사이의 거리 — 바로 그곳에 탈선이 산다."
— Barry Roche, RSG Consulting (Hogan 연구 해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탈선 요인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 — 높은 점수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리더가 자신의 탈선 방향(멀어짐/맞섬/순응)을 알고, 압박 상황에서 스스로를 점검하도록 코칭 계획에 연결하세요.
- 강점 진단과 반드시 세트로 — 밝은 면(강점)만 보면 리더의 상한선을, 어두운 면만 보면 리스크만 봅니다. 강점 기반 성격 진단과 HDS를 함께 읽어야 '언제 그 강점이 독이 되는가'가 보입니다.
- 360도 피드백으로 인식 격차를 좁히기 — 탈선은 자기인식 밖에서 자랍니다. 자기 평가와 타인 평가의 간극을 데이터로 보여주는 다면진단이 가장 강력한 각성 장치입니다.
참고 자료
- The Dark Side of Leadership: Why Good Leaders Derail — Hogan Assessments
- What Hogan's Research Says About The Dark Side Of Leadership — Barry Roche, RSG Consulting
- Interpreting HDS Profiles — Psychological Consultancy (PCL)
- Hogan & Hogan (2001), Assessing Leadership: A View from the Dark Side — Int'l Journal of Selection and Assess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