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에서, 성과 평가에서, 전략 회의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판단'합니다. 그런데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묻습니다. 정말 중요한 능력은 빠르게 아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것(rethinking) 아니냐고요. 그의 베스트셀러 『싱크 어게인(Think Again, 2021)』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를 인정하는 능력이야말로 변화의 시대에 가장 저평가된 역량이라고 주장합니다. HR 담당자에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우리를 가두는 세 가지 사고 모드
그랜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지킬 때 무의식적으로 세 가지 직업의 모드로 빠진다고 말합니다. 신념이 위협받으면 설교자(Preacher)가 되어 자신의 이상을 지키는 설교를 하고, 상대의 논리에서 허점을 발견하면 검사(Prosecutor)가 되어 그가 틀렸음을 입증하려 하며, 청중의 인정을 원할 때는 정치인(Politician)이 되어 표를 얻으려 캠페인을 벌입니다. 세 모드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 이미 정해 둔 결론을 방어하느라, 정작 그 결론이 맞는지는 다시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면접에서 지원자의 첫인상으로 '이 사람은 안 맞겠다'는 가설을 세운 면접관이, 이후 나머지 시간 동안 그 판단을 뒤집을 근거가 아니라 확인할 근거만 찾는다면 그는 '검사 모드'에 갇힌 것입니다. 채용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과학자처럼 생각한다는 것
그랜트가 제안하는 네 번째 모드는 과학자(Scientist)입니다. 과학자 모드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진리'가 아니라 '검증해야 할 가설'로 다룹니다. 핵심 차이는 '생각을 바꾸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습니다. 설교자 모드에서 마음을 바꾸는 것은 도덕적 나약함이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지적 정직성의 표시입니다. 검사 모드에서 설득당하는 것은 패배이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는 일입니다.
“나는 내 생각이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사고방식에서는, 의견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것을 검증할 관찰과 실험을 하기 전까지 하나의 가설로 다룬다.”
— Adam Grant, Thought Economics 인터뷰
그랜트는 이를 '자신감 있는 겸손(confident humility)'이라 부릅니다.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는 믿음은 단단히 갖되, 지금 가진 지식과 해법은 불충분할 수 있음을 동시에 인정하는 상태입니다. 자신감과 의심은 반대말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하는 짝입니다.
과신 사이클 vs 다시 생각하기 사이클
그랜트는 두 개의 대조되는 순환을 제시합니다. 과신 사이클은 자부심 → 확신 → 확증·바람 편향 → 인정으로 도는 닫힌 고리입니다. 자기 생각을 확인해 줄 정보만 모으며 점점 더 좁아집니다. 반대로 다시 생각하기 사이클은 겸손 → 의심 → 호기심 → 발견으로 이어지며 바깥으로 확장됩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니 의심이 생기고, 의심이 호기심을 낳아, 결국 새로운 발견에 이르는 구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이클을 타인에게서 끌어내는 방법입니다. 그랜트는 동기부여 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을 예로 듭니다. 상대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대신, 거울을 들어 그가 스스로를 더 명확히 보게 하고, 자기 신념을 직접 점검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설득이 아니라 질문이 사람의 생각을 바꿉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심리적 안전감이 '다시 생각하기'의 토대다 — 구글 Project Aristotle이 보여줬듯, 의심을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팀이 더 높은 성과를 냅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과거 실수와 비판을 공개하면, 구성원도 '틀려도 괜찮다'는 신호를 받습니다.
- 채용·평가에 '가설 검증' 절차를 심어라 — 면접관에게 첫인상을 반박할 근거를 일부러 찾게 하는 구조화 면접, 평가에서 자기-타인 인식 격차를 드러내는 360도 피드백은 검사·설교자 모드를 과학자 모드로 되돌리는 장치입니다.
- '생각을 바꾼 사례'를 강점으로 평가하라 — 일관성을 미덕으로만 보면 학습이 멈춥니다. 데이터 앞에서 입장을 수정한 경험을 성장과 지적 정직성의 신호로 인정하는 문화가 다시 생각하기를 제도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