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이 답을 아는 건 아니다

HR Insight
2026.9.9

“우리의 가장 중요한 기관들, 학교와 직장은 대부분 외향적인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작가 수전 케인(Susan Cain)이 2012년 TED 무대에서 던진 이 문장은 지금까지 3천만 회 넘게 재생되며 TED 역사상 가장 많이 본 강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TED, 2012). 이 강연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성격 유형을 소개해서가 아닙니다. 회의를 어떻게 열고, 사무실을 어떻게 배치하고, 누구를 리더로 올릴지 결정하는 조직의 기본 설계가 특정 성격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HR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역량을 측정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발언량을 측정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3천만 번 재생된 강연이 건드린 자리

케인의 출발점은 단순한 관찰이었습니다. 같은 해 출간한 책 『콰이어트(Quiet)』에서 그는 “어느 연구를 참조하느냐에 따라 미국인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이 내향인”이라고 정리합니다. 수치의 폭이 넓은 이유는 내향성을 재는 기준이 연구마다 다르기 때문이고, 케인 자신도 이 범위를 확정된 값이 아니라 추정으로 제시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비율이 아니라 규모입니다. 조직 구성원의 상당수가 자극이 적은 환경에서 더 잘 기능하는데도, 대부분의 업무 관행은 그 반대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내향성은 수줍음이 아닙니다. 수줍음은 사회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고, 내향성은 자극의 양에 대한 선호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발표를 잘할 수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무대를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조직이 내향적인 구성원에게 흔히 처방하는 해법(자신감 훈련, 발표 스킬 교육)이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언이 적은 이유가 두려움이 아니라 ‘아직 정리가 덜 끝났기 때문’이라면,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피자 가게 57곳이 뒤집은 통념

“리더는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은 오래되고 견고합니다. 실제로 외향성은 누가 리더로 떠오르는지, 그리고 리더십 평가에서 몇 점을 받는지를 꽤 안정적으로 예측합니다. 그렇다면 평가 점수 말고 그 집단이 실제로 낸 성과는 어떨까요.

연구진이 이 질문을 던진 배경에는 측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리더라는 역할에 외향적인 인물상을 자동으로 대입하는 암묵적 이론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외향적인 리더는 원형에 잘 들어맞는다는 이유만으로 평가 점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리더십 평가 점수와 집단의 실제 성과는 다른 것을 잰다는 뜻입니다. 조직에서 흔히 쓰는 다면진단이나 상사 평가만으로 리더의 효과성을 판단할 때 이 간극이 그대로 결과에 실립니다.

애덤 그랜트(Adam Grant),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데이비드 호프만(David Hofmann)은 2011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이 질문을 정면으로 검증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의 한 전국 단위 피자 배달 프랜차이즈에서 130개 점포에 설문을 보내 57개 점포의 완전한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응답률 43.1%). 참여자는 점포장 57명과 직원 374명, 점포당 평균 6.56명이었습니다. 성과 지표는 설문 직후 7주 동안의 점포 수익성이었고, 입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주문 평균 단가와 근로시간은 통제했습니다.

결과는 통념을 절반만 지지했습니다.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는 외향적인 점포장의 점포가 더 높은 수익을 냈습니다(β = .25, p < .02). 그런데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먼저 움직일 때는 부호가 뒤집혔습니다. 외향적인 점포장일수록 오히려 수익이 낮았습니다(β = −.23, p < .05). 리더의 외향성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팀이 어떤 팀이냐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조건부 변수였던 셈입니다.

“직원이 수동적일 때는 외향적 리더십이 집단 성과를 높이지만, 직원이 주도적일 때는 이 효과가 역전된다. 외향적 리더는 주도성에 덜 수용적이기 때문이다.”
Grant, Gino & Hofmann (2011),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4(3)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같은 패턴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티셔츠를 접는 과제였는데, 리더의 외향적 행동과 팔로워의 주도적 행동을 각각 조작했습니다. 여기서도 주도적인 팔로워와 덜 외향적인 리더의 조합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고, 상호작용 항을 넣자 설명력이 11%포인트 올라갔습니다(R² .02 → .13).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매개 변수는 아이디어 채택률이 아니라 ‘리더가 내 말을 받아들일 사람으로 보이는가’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제안을 수용한 비율은 조건별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팀이 더 열심히 일한 이유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어서가 아니라, 존중받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결과는 “내향적인 리더가 더 낫다”는 뜻이 아닙니다. 리더 선발을 성격만으로 하면 안 되고, 그 리더가 맡을 팀의 성격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신설 조직이나 방향 제시가 시급한 팀과, 이미 자율적으로 굴러가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팀에 같은 리더 프로필을 적용하는 것은 근거가 약한 배치입니다.

회의실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발언 순서를 배분한다

기울어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는 회의실입니다. 조직은 “다 같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자”는 방식을 창의성의 기본값으로 씁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실제로 아이디어를 늘리는지는 오래전에 검증됐고, 결과는 상식과 반대였습니다.

미하엘 딜(Michael Diehl)과 볼프강 슈트뢰베(Wolfgang Stroebe)는 1987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네 개의 실험을 묶은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같은 인원이 따로 아이디어를 낸 뒤 합친 집단(명목집단)과 한자리에 모여 브레인스토밍한 집단(실제집단)을 비교했더니, 명목집단이 일관되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연구진이 후보로 놓고 검증한 세 가지 설명(무임승차, 평가 불안, 생산 차단) 가운데 핵심 원인으로 남은 것은 생산 차단(production blocking)이었습니다. 한 번에 한 사람만 말할 수 있으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떠올랐던 생각이 흐려지고 남의 말을 따라가느라 자기 생각의 실마리를 놓치는 것입니다.

생산 차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흔한 회의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안건이 나온 직후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이 논의의 틀을 잡습니다. 그 틀에 맞지 않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자기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므로 발언 비용이 훨씬 커집니다. 발언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다음 발언자는 남의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자기 말을 준비해야 하고, 두 가지를 함께 하다 보면 둘 다 얕아집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다들 비슷한 생각이네요”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것은 합의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도중에 사라진 흔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결과가 성격 문제와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생산 차단은 모두에게 일어나지만, 차례를 비집고 들어가는 비용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말이 겹쳐도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는 사람에게는 비용이 작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큽니다. 그래서 “자유롭게 말씀하세요”라는 회의 규칙은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의 질이 아니라 끼어들기의 속도로 발언권을 배분하기 때문입니다.

벽을 없앴더니 대화가 사라졌다

칸막이 사무실 평면도에서 개방형 사무실 평면도로 이어지는 화살표 아래에, 전환 이후의 변화량인 대면 대화 시간 70% 감소, 메신저 67% 증가, 이메일 56% 증가를 한 줄로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기업 본사 두 곳이 개방형 사무실로 전환한 전후를 웨어러블 센서와 커뮤니케이션 로그로 측정한 결과입니다. 아래 세 수치는 전환 전후의 변화량이며, 대면 대화는 줄고 디지털 메시지가 늘었습니다. 자료: Bernstein & Turban (2018)

공간 설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많은 기업이 협업을 늘리겠다며 칸막이를 걷어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이선 번스타인(Ethan Bernstein)과 스티븐 터번(Stephen Turban)은 2018년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그 결과를 측정한 연구를 실었습니다. 두 곳의 기업 본사가 개방형 사무실로 전환하는 시점을 잡아, 직원들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달고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버 로그를 함께 분석한 현장 연구였습니다.

측정 결과, 전환 이후 대면 상호작용 시간이 약 70% 줄었습니다. 한 사례에서는 72% 감소였고, 같은 기간 메신저 활동은 67%, 이메일은 56% 늘었습니다. 벽을 없애자 사람들은 더 많이 대화한 것이 아니라, 노출된 공간에서 물러나 화면 뒤로 숨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사회적으로 위축되는 자연스러운 인간 반응으로 해석합니다.

다만 조건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두 곳의 본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이고, 모든 개방형 사무실이 반드시 같은 결과를 낸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HR과 총무가 함께 기억할 점은 분명합니다. 협업은 물리적 근접성의 자동 결과가 아닙니다. 자극에 민감한 구성원일수록 개방형 공간에서 치르는 비용이 크고, 그 비용은 대개 ‘집중이 안 된다’는 개인의 불평으로 처리될 뿐 설계의 문제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외향성은 성과를 얼마나 예측하는가

선발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채용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특성은 대체로 외향성과 겹칩니다. 목소리가 또렷하고, 침묵을 잘 채우고, 처음 만난 사람과 빠르게 라포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이것이 직무 성과의 예측 변수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근거가 그만큼 넓지 않다는 점입니다.

머리 배릭(Murray Barrick)과 마이클 마운트(Michael Mount)가 1991년 Personnel Psychology에 발표한 고전적 메타분석은 다섯 개 직군(전문직, 경찰, 관리직, 영업직, 숙련 및 반숙련직)을 대상으로 성격 5요인과 직무 성과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결과를 요약하면, 모든 직군과 모든 성과 준거에서 일관된 예측력을 보인 것은 성실성 하나뿐이었습니다. 외향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핵심인 두 직군, 즉 관리직과 영업직에서만 타당한 예측 변수였습니다.

즉 외향성은 ‘좋은 직원의 조건’이 아니라 특정 직무에서 유효한 조건입니다. 그런데 실제 채용 프로세스에서 외향성은 직무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포지션에 은근한 가점으로 작동합니다. 면접이라는 형식 자체가 ‘낯선 사람 앞에서 즉석으로 말 잘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 데이터 분석, 품질 관리처럼 즉답 능력이 성과와 거의 상관없는 직무에서도 같은 잣대가 쓰인다면, 그 면접은 직무 적합성이 아니라 면접이라는 상황에 대한 적합성을 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연구들을 읽을 때의 단서

인용한 네 편의 연구는 모두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그랜트 연구팀의 현장 연구는 미국의 피자 배달 프랜차이즈 한 곳, 57개 점포라는 특정 업종과 규모의 표본입니다. 점포장의 재량이 크고 성과가 주 단위로 명확히 집계되는 환경이라 인과를 보기에는 좋지만,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지식 노동 조직에 그대로 옮길 때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번스타인과 터번의 연구는 기업 본사 두 곳의 전환 사례이고, 배릭과 마운트의 메타분석은 1991년 시점까지 축적된 연구를 모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결과들을 참고 자료 이하로 낮출 이유는 없습니다. 네 연구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도, 현장에서도, 메타분석에서도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HR이 취할 태도는 결론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의 회의록과 평가표와 배치 이력에서 같은 패턴이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데이터는 이미 조직 안에 있습니다.

조용한 사람이 기여하게 만드는 설계 3가지

이 문제는 개인의 태도 교정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조용한 사람에게 더 말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기여의 통로를 여러 개 만드는 쪽이 훨씬 비용이 적고 효과가 큽니다. 앞의 연구들이 곧바로 가리키는 실행안 세 가지입니다.

첫째, 회의를 ‘쓰기 먼저, 말하기 나중’으로 바꿉니다. 딜과 슈트뢰베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안건을 던진 뒤 5분에서 7분간 각자 조용히 아이디어를 적게 하고, 그다음에 한 명씩 읽습니다. 명목집단의 이점을 가져오면서도 토론의 이점을 잃지 않는 방식입니다. 부수 효과도 큽니다. 먼저 말한 사람의 의견에 나머지가 수렴하는 앵커링이 줄고, 회의록에 남는 아이디어의 총량 자체가 늘어납니다. 회의 전에 안건과 자료를 최소 하루 전 공유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즉석 반응이 아니라 준비된 사고를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리더 배치를 성격 단독이 아니라 팀과의 조합으로 판단합니다. 그랜트 연구팀의 결과는 리더 프로필을 팀 프로필과 함께 놓고 보라는 요구입니다. 배치 전에 최소한 이 두 가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팀은 이미 스스로 제안을 만들어내는 팀인가, 아니면 방향과 추진력이 먼저 필요한 팀인가. 전자라면 필요한 리더의 핵심 역량은 장악력이 아니라 수용성입니다. 그리고 수용성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행동입니다.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마지막에 말하기, 제안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판단하지 않고 “조금 더 설명해 달라”고 되묻기 같은 구체적 행동으로 정의하면 코칭과 측정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선발과 평가에서 ‘표현력’과 ‘역량’을 분리해 채점합니다. 면접 평가표에 발표력, 적극성, 자신감 같은 항목이 직무와 무관하게 들어가 있다면 그것이 외향성 가점의 실체입니다. 해당 직무의 성과에 표현력이 실제로 필요한지 먼저 정의하고, 필요 없다면 항목에서 빼거나 가중치를 낮춥니다. 대신 사전 과제, 서면 케이스, 실제 업무 표본처럼 즉석 발화에 의존하지 않는 평가 방식을 하나 이상 섞습니다. 진단 도구를 쓰는 조직이라면 성격 결과를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아니라 배치와 온보딩의 참고 정보로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성격은 ‘누가 더 나은가’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이 사람이 잘 기능하는가’를 알려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회의 규칙을 문서로 바꾸십시오: “자유롭게 말하세요”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침묵 브레인스토밍 5분을 표준 절차로 넣는 것만으로 발언권 배분이 달라집니다.
  • 리더 배치 기준에 팀 변수를 추가하십시오: 리더 후보의 성격만 보지 말고, 그 팀이 주도적인지 수동적인지를 함께 기록해 조합으로 판단합니다.
  • 수용성을 행동으로 정의하십시오: ‘열린 리더’ 같은 형용사 대신 ‘자기 의견을 마지막에 말한다’ 같은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바꿔야 진단과 코칭이 가능합니다.
  • 면접 평가표를 직무 기준으로 감사하십시오: 표현력 항목이 직무 성과와 연결되는지 확인하고, 연결되지 않으면 가중치를 낮추거나 서면 평가를 병행합니다.
  • 공간 개편에 협업 지표를 붙이십시오: 개방형 전환은 협업을 자동으로 늘리지 않습니다. 전환 전후로 대면 소통과 집중 업무 시간을 함께 측정할 계획을 세우십시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