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지면 결과도 무너진다 — 렌시오니 '팀의 다섯 가지 기능장애' 피라미드의 과학

Leadership
2026.7.3

재능 있는 사람을 모아 놓았는데도 회의는 겉돌고, 결정은 미뤄지고, 성과는 개인기의 합에 그치는 팀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패트릭 렌시오니(Patrick Lencioni)는 2002년 『팀의 다섯 가지 기능장애(The Five Dysfunctions of a Team)』에서 이 문제를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팀의 구조적 결함으로 재정의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5층 피라미드는 오늘날까지 조직개발과 리더십 진단의 표준 언어로 쓰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모델이 왜 '쌓이는' 구조인지, 그리고 HR이 팀 진단과 리더 코칭에 어떻게 옮겨 쓸 수 있는지 정리합니다.

렌시오니의 팀 다섯 가지 기능장애를 신뢰(토대)에서 결과(정점)까지 5층 피라미드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아래에서부터 신뢰 · 충돌 · 헌신 · 책임 · 결과 순으로 쌓이는 5층 피라미드. 아래층이 흔들리면 위층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피라미드는 '순서'가 있는 진단 도구다

렌시오니 모델의 핵심은 다섯 요소가 병렬이 아니라 인과의 사슬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아래층이 무너지면 위층은 자동으로 흔들립니다. 신뢰가 없으면 사람들은 솔직한 이견을 감추고(충돌 회피), 충돌 없는 회의에서 나온 결론에는 아무도 마음으로 동의하지 않으며(헌신 부족), 스스로 동의하지 않은 목표를 두고 동료를 다그칠 수는 없고(책임 회피), 결국 팀의 성과 대신 각자의 자리와 실적만 챙기게 됩니다(결과 무관심). 그래서 이 피라미드는 '점수표'가 아니라 어느 층에서 사슬이 끊겼는지를 찾는 진단 도구입니다.

"재무도, 전략도, 기술도 아니다. 팀워크야말로 궁극의 경쟁우위로 남는다 — 그것이 그토록 강력하면서 동시에 그토록 드물기 때문이다."
— Patrick Lencioni (2002), 『The Five Dysfunctions of a Team』

다섯 가지 기능장애를 하나씩

① 신뢰의 결여 — 여기서 신뢰는 '역량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취약성 기반 신뢰(vulnerability-based trust)입니다. "그건 제 실수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잘 모릅니다"를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상태죠. 이것이 없으면 모두가 방어에 에너지를 씁니다.

② 충돌의 두려움 — 신뢰가 없으면 '인위적 화합'이 생깁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진짜 이슈는 회의실 밖 복도에서만 논의되죠. 렌시오니는 아이디어를 둘러싼 건강한 충돌이야말로 좋은 결정을 만든다고 봅니다.

③ 헌신의 부족 — 충분히 다투지 못한 결정에는 '겉동의'만 남습니다. 사람은 자기 의견이 경청됐다고 느낄 때 비로소 결론에 몰입합니다. 만장일치가 아니라 '명확성과 동참'이 헌신의 조건입니다.

④ 책임의 회피 — 스스로 동의하지 않은 기준으로 동료를 압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결과 낮은 기준이 방치되고, 리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감시하는 병목이 됩니다. 진짜 책임은 동료 간(peer-to-peer)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⑤ 결과에 대한 무관심 — 앞의 네 가지가 무너지면 팀의 집합 목표 대신 개인의 지위·부서 실적·자존심이 우선됩니다. 렌시오니의 우화 속 가상 기업 '디시전테크(DecisionTech)'가 재능은 넘치는데 시장에서 뒤처진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 층의 붕괴였습니다.

다섯 가지 기능장애를 다섯 가지 건강한 팀 행동으로 뒤집은 상승 계단 다이어그램
기능장애의 역전 — 취약성 기반 신뢰 → 건강한 충돌 → 명확한 헌신 → 상호 책임 → 집합적 결과. 각 행동이 다음 행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첫 번째 팀'이라는 발상의 전환

렌시오니가 리더에게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의 첫 번째 팀(first team)은 어디입니까?" 많은 임원이 자기 부서를 첫 번째 팀으로 여기고 경영진 회의에서는 부서 이익을 대변하는 '외교관'처럼 행동합니다. 렌시오니는 이 순서를 뒤집으라고 말합니다. 리더의 첫 번째 팀은 자신이 이끄는 부서가 아니라 동료 리더들로 구성된 경영진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죠. 예컨대 마케팅 임원이 회의에서 자기 예산을 지키는 대신 회사 전체 손익에 가장 유리한 결정을 먼저 지지할 때, 피라미드 꼭대기의 '집합적 결과'가 비로소 문화로 자리 잡습니다. 이 관점 하나가 팀 진단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꿉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낮은 층부터 진단하라 — 팀 성과(결과)가 나쁘다고 KPI만 손보면 헛발질입니다. 서베이나 360 진단에서 '심리적 안전'과 '이견 표출' 문항이 낮게 나오면, 문제의 뿌리는 피라미드 맨 아래 두 층(신뢰·충돌)일 가능성이 큽니다.
  • 취약성은 리더가 먼저 보인다 — 취약성 기반 신뢰는 워크숍 구호로 생기지 않습니다. 리더가 회의 첫머리에 자신의 실수·약점을 먼저 꺼내는 모델링이 가장 빠른 촉매입니다. 코칭 세션의 첫 과제로 설계해 보세요.
  • 합의가 아니라 명확성을 설계하라 — 헌신을 높이려면 만장일치를 기다리지 말고, 회의 말미에 '무엇을 결정했고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를 한 문장으로 복창·기록하는 루틴을 넣으세요. 겉동의를 실행 가능한 헌신으로 바꾸는 가장 값싼 장치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