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시 짜인다

HR Insight
2026.8.14

“2026년 우리는 내 경력에서 가장 극적인 HR의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조시 버신(Josh Bersin)이 2026년 1월 자신의 리서치 회사 이름으로 낸 발표문의 한 문장입니다. 그는 수백 개의 전통적 HR 프로세스가 자동화되면서 기존 HR 역할의 최대 3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숫자만 떼어 놓고 보면 인력 감축 예고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같은 발표문은 그 30%를 ‘직무 수(role count)의 이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사라지는 자리가 있고, 그만큼 새로 생기는 자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은 그 문장 하나를 오래 들여다본 결과입니다. HR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감원이 아니라 운영 모델의 재배선이며, 그것을 감원으로만 읽는 조직이 앞으로 3년 안에 가장 크게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파일럿과 에이전트, 그리고 슈퍼에이전트

지난 2년간 대부분의 조직이 경험한 AI는 ‘코파일럿’이었습니다. 채용 공고 초안을 잡아 주고, 면접 기록을 요약해 주고, 인사 규정을 물으면 찾아 주는 도구입니다. 유용하지만 성격이 분명합니다. 사람이 일을 하고, AI는 그 일의 한 조각을 거듭니다. 생산성은 개인 단위로 올라가고, 조직도는 그대로입니다.

버신이 2026년의 변곡점으로 지목하는 것은 그다음 단계입니다. 개별 작업을 돕는 도구에서, 프로세스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에이전트’로, 다시 여러 프로세스를 엮어 반자율적으로 돌리는 ‘슈퍼에이전트’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HR Executive에 실린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변화의 본질은 자동화의 단위가 달라지는 데 있습니다. 과제 단위 자동화에서 프로세스 전체 자동화로 넘어가는 순간, 자동화는 도구 도입이 아니라 조직 설계 문제가 됩니다.

구체적인 그림은 이렇습니다. 글로벌 온보딩을 예로 들면, 지금은 채용 시스템, 계정 발급, 교육 배정, 급여 등록, 장비 지급이 각기 다른 팀과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그 사이를 사람이 메일과 엑셀로 잇습니다. 슈퍼에이전트 구조에서는 신규 입사자가 단일 대화 창에서 요청을 하면 뒤에서 여러 에이전트가 각 시스템을 호출해 처리합니다. 대량 채용, 사내 이동, 복리후생 처리도 같은 방식으로 묶입니다. 버신의 표현을 빌리면 이때 비로소 “모든 HR 프로세스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담당하던 것은 각 단계의 처리가 아니라, 그 흐름이 옳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옮겨갑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특정 벤더의 제품 하나로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버신의 회사는 HR 전 영역에 걸쳐 최소 100개 이상의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채용, 인재, 학습, 근무 일정, 임금 형평성, 사내 이동, 직원 지원까지 각 영역에서 동시다발로 등장한다는 뜻입니다. 조직 입장에서 이것은 ‘무엇을 살까’보다 ‘이것들을 어떻게 한 몸으로 굴릴까’의 문제가 됩니다.

30%라는 숫자를 읽는 법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수치부터 정확히 짚겠습니다. 2026년 1월 21일 배포된 The Josh Bersin Company의 발표문은 핵심 HR 인력이 30%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버신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습니다.

“2026년 우리는 내 경력에서 가장 극적인 HR의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수백 개의 전통적 프로세스가 자동화되고, 에이전트와 슈퍼에이전트가 전통적 HR 역할의 최대 30%를 없앨 것이다. 그 결과 HR 전문가들은 채용과 코칭, 그리고 AI 인프라를 관리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
Josh Bersin (2026), The Josh Bersin Company 보도자료

인용문의 뒷문장이 앞문장만큼 중요합니다. 없어지는 30%의 자리에 ‘아무것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채용, 코칭, AI 인프라 관리가 옵니다. 같은 발표문은 이미 HR과 IT 영역에서 30개 넘는 새로운 직무명이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HR 데이터 아키텍트, 에이전트 운영 담당, AI 거버넌스 책임자 같은 자리들입니다. 학습·개발(L&D) 영역에 대해서는 현재 팀이 수행하는 업무의 60~7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는데, 이 역시 ‘L&D 팀이 지금 하고 있는 업무’라는 조건이 붙은 수치입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 배정, 이수 관리처럼 절차화된 일이 여기 해당합니다. 학습 전략을 짜고, 무엇을 가르칠지 판단하고, 현업 성과와 학습을 연결하는 일은 그 60~70%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실무자에게 이 구분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HR 30% 감축’으로 읽으면 조직의 반응은 방어입니다. 자동화 논의를 늦추고, 데이터를 감추고, 프로세스를 사람이 붙잡고 있는 편이 안전해집니다. 반대로 ‘직무 구성의 30%가 재편된다’로 읽으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우리 팀에서 절차화된 일과 판단이 필요한 일의 비율은 얼마인가, 지금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가, 그 역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로 옮겨갑니다.

시스템적 HR에 도달한 기업 11%와 나머지 89%의 성과 배수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생산성 12배, 인재 유지 9배, 변화 적응 7배, 재무목표 초과 2배
HR 기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조직(전체의 11%)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성과 격차. 출처: The Josh Bersin Company, Systemic HR 연구

HR은 이미 너무 많이 쪼개져 있었다

슈퍼에이전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짚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HR은 AI가 오기 전부터 이미 비대해지고 파편화되어 있었습니다. 버신이 HR Executive 기고에서 제시한 수치를 보면, HR 직군은 전체 인력보다 약 60% 빠르게 늘어 왔고, 현재 250개가 넘는 직무명과 100개에 가까운 역량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현장을 떠올리면 바로 그려집니다. 채용은 채용대로, 교육은 교육대로, 평가는 평가대로 각자의 시스템과 각자의 지표를 갖고 돌아갑니다. 한 직원이 입사해서 배치되고 교육받고 평가받고 이동하는 하나의 여정이, 조직 안에서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대여섯 개의 절차로 잘려 있습니다. 채용에서 ‘이 사람의 강점은 데이터 해석력’이라고 판단해도, 그 정보가 배치와 교육 설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평가에서 발견한 리더십 공백이 다음 채용 기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각 부서가 자기 영역의 AI 도구를 따로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파편화가 자동화된 속도로 굳어집니다. 채용 에이전트, 학습 에이전트, 평가 에이전트가 서로의 데이터를 모른 채 각자 최적화를 하면, 조직은 여섯 개의 똑똑한 사일로를 갖게 됩니다. 버신이 에이전트 개수보다 아키텍처를 먼저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스템으로서의 HR, 그리고 11%

버신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2023년부터 ‘시스템적 HR(Systemic HR)’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왔습니다. 핵심 명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HR이 일터를 서로 분리된 부분들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부서 단위로 나뉜 기능을 유지한 채 협업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가 교차 훈련을 받고 애자일 팀으로 움직이며 기술을 공유 기반으로 쓰는 운영 체계를 말합니다.

이 개념이 흥미로운 것은 규범이 아니라 관측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는 1,000개 이상 기업, 2,600만 명의 직원을 포괄하는 107개 HR 전략 서베이와 50명 이상의 CHRO 심층 인터뷰, 9,000명의 HR 실무자를 92개 영역에서 진단한 역량 조사, 750만 건의 링크드인 HR 실무자 프로필을 함께 분석한 결과입니다. 표본의 크기 자체가 결론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소수 사례에서 뽑아낸 인상론은 아닙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HR이 시스템으로 연결된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높은 수준의 인력 생산성을 달성할 가능성이 12배, 인재를 몰입시키고 붙잡을 가능성이 9배, 변화에 잘 적응할 가능성이 7배, 재무 목표를 초과 달성하거나 고객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각각 2배였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이 연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어야 할 대목인데, 그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전체의 11%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89%는 여전히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11%라는 숫자를 2026년의 슈퍼에이전트 논의와 겹쳐 놓으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프로세스를 통째로 자동화하는 기술이 도착했는데, 그 기술이 올라탈 통합된 운영 체계를 갖춘 조직은 열에 하나뿐입니다. 도구가 조직보다 먼저 준비된 상황입니다.

에이전트보다 먼저 사야 할 것은 데이터다

버신이 2026년의 과제로 제시한 11개 임퍼러티브 가운데 그가 첫손에 꼽는 것은 화려한 에이전트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AI 아키텍처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의 표현은 직설적입니다. 성능은 “당신이 사들인 번지르르한 에이전트의 개수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코퍼스의 품질과 시의성, 보안”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HR에서 이 말은 아주 구체적인 요구로 번역됩니다. 에이전트가 ‘이 직무에 적합한 내부 후보’를 찾으려면, 그 조직에는 직무 요건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구성원의 역량과 성향이 비교 가능한 형태로 측정되어 있어야 하며, 그 데이터가 최신이어야 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에이전트는 그럴듯한 답을 지어냅니다. 사람이 하던 시절에는 담당자가 “그 데이터는 3년 전 것이라 못 믿는다”고 걸러 냈지만, 자동화된 흐름에서는 그 판단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진단과 평가 데이터의 위상을 바꿉니다. 그동안 역량 진단은 연 1회 실시하고 보고서를 나눠 주면 끝나는 이벤트에 가까웠습니다. 에이전트 구조에서 그 데이터는 이벤트가 아니라 기반 자산이 됩니다. 배치, 승계, 교육 추천, 이동 제안이 모두 그 위에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진단 항목이 조직의 실제 직무 언어와 맞아떨어지는지, 결과가 시스템이 읽을 수 있는 구조로 쌓이는지, 갱신 주기가 의사결정 주기를 따라가는지가 갑자기 실무적인 질문이 됩니다.

보안과 거버넌스도 같은 무게로 따라옵니다. 여러 프로세스를 가로지르는 에이전트는 정의상 여러 시스템의 데이터를 동시에 봅니다. 누가 무엇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승인해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통합의 이점이 그대로 위험이 됩니다.

슈퍼워커: 사람을 빼는 대신 배율을 거는 설계

버신이 2026년 리포트의 제목으로 삼은 ‘슈퍼워커(Superworker)’는 이 모든 논의의 인간 쪽 대응물입니다. 그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AI에 의해 역량이 강화되고 지원받는 직원. 모든 직원을 AI 에이전트가 뒷받침하는 세계에서, 슈퍼워커는 AI 시스템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익힘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생산성, 산출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Josh Bersin (2026), The Rise of the Superworker

버신은 이 개념이 인력 감축이나 비용 절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더 많은 것을 해내도록 만드는 설계에 가깝습니다. 그가 제시한 조직 차원의 과제 다섯 가지도 그 방향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첫째 업무 구조와 역할을 다시 설계할 것, 둘째 인재 밀도를 높이는 동적 인재 모델을 만들 것, 셋째 리더십과 조직 문화를 다듬을 것, 넷째 시스템적 HR로 전환할 것, 다섯째 HR 기술 기반을 현대화할 것입니다. 다섯 가지 중 어느 것도 ‘몇 명을 줄일 것인가’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이 차이는 도입 첫 달에 갈립니다. 같은 채용 에이전트를 도입해도, 목표를 ‘채용 담당 인원 축소’로 잡은 조직과 ‘담당자 1인당 다룰 수 있는 포지션 수 확대와 면접 품질 향상’으로 잡은 조직은 6개월 뒤 완전히 다른 곳에 서 있습니다. 앞의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도구를 자신의 대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용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쌓이지 않으니 모델이 개선되지 않습니다. 뒤의 조직에서는 사용이 학습을 낳고 학습이 성능을 낳습니다. 기술이 같아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대개 기술 밖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슈퍼워커 논의는 필연적으로 격차 문제를 동반합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산출 차이가 이전보다 훨씬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이 격차를 방치하면 소수의 고성과자에게 일이 몰리고 나머지는 빠르게 주변화됩니다. 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일, 즉 구성원의 현재 역량과 학습 성향을 읽는 일이 다시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HR 담당자를 위한 시사점

  • 도구 목록보다 프로세스 지도를 먼저 그리십시오: 채용, 온보딩, 교육, 평가, 이동이 각각 어떤 시스템에 어떤 형태로 저장되는지 한 장에 그려 보면, 에이전트를 붙일 수 있는 곳과 붙이면 사고가 나는 곳이 바로 보입니다. 100개가 넘는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는 국면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지도 없이 사는 일입니다.
  • ‘30%’를 감축이 아니라 재배치 계획으로 번역하십시오: 팀의 업무를 절차화된 일과 판단이 필요한 일로 나누고, 후자를 감당할 인원이 지금 몇 명인지 세어 보십시오. 새로 생기는 30개 이상의 직무명 중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그 다음 질문입니다.
  • 진단 데이터를 ‘보고서’가 아니라 ‘기반 데이터’로 다루십시오: 결과가 사람이 읽는 PDF로만 남고 시스템이 읽는 구조로 쌓이지 않는다면, 어떤 에이전트도 그 데이터를 쓸 수 없습니다. 항목 체계, 갱신 주기, 직무 요건과의 연결을 지금 점검할 가치가 있습니다.
  • 사일로별 개별 도입을 경계하십시오: 각 팀이 각자 최적의 도구를 고르면 통합 비용은 나중에 몇 배로 돌아옵니다. 시스템적 HR에 도달한 기업이 11%뿐이라는 사실은, 통합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 문제임을 보여 줍니다.
  • 도입 목표를 사람의 산출로 정의하십시오: ‘몇 명 줄였는가’가 아니라 ‘담당자 1인이 다루는 범위와 판단 품질이 얼마나 올라갔는가’를 지표로 두면, 구성원이 도구를 숨기지 않고 씁니다. 사용 데이터가 쌓여야 성능이 오릅니다.
  • 거버넌스를 도입과 동시에 세우십시오: 어떤 결정은 반드시 사람이 승인한다는 선을 먼저 그어 두십시오. 채용 탈락, 평가 등급, 처우 변경처럼 개인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판단이 우선 대상입니다.

참고 자료